1. 서론
1976년 8월 1일 일요일 새벽 4시 40분경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도나우 강을 가로 지르던 라이히교(Reichsbrücke)가 붕괴됩니다. 다행히 이른 새벽이라 교통량이 적었는데 아쉽게도 한 젊은 청년은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인명피해는 적었지만 오스트리아 수도 심장부에 위치한 다리가 붕괴되었기에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몇 개월 뒤 붕괴 조사위원회는 교량 지지대 부분의 콘크리트 파괴를 그 원인으로 밝혔습니다. 무근 콘크리트에서 균열이 커지며 결국 붕괴로 이어졌는데요, 침투한 수분의 수축, 팽창으로 인한 균열 뿐 아니라 집중하중이 작용하는 지역의 예상치 못한 힘의 흐름, 이로 인한 인장력을 받아낼 수 있는 철근의 부재가 그 원인이었습니다[1].
만약 콘크리트에 작용하는 집중하중으로 인한 힘의 흐름을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지금도 도나우강을 가로 지르는 라이히교를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의 핵심 주제인 스트럿-타이 모델(Strut-Tie-Modell, STM)을 이해한다면 힘의 흐름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체에 필요한 철근의 배근 형태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 본론
2.1 B와 D지역
우리는 구조 설계를 할 때 알고 하든지 모르고 하든지 대부분 오일러-베르누이 보 이론 (Euler-Bernoulli beam theory, 보 이론)을 사용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부재가 휨을 받으면 변형 후에도 중립축과 수직인 단면은 평면을 유지한다는 가정인데요. 실재 보나 슬래브의 변형률을 재면 비선형적 분포를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단면의 평면유지 가정으로도 실제 거동을 충분한 신뢰도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구조재가 보 이론으로 다 설계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예외가 존재하기에 이 이론이 설계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마주하게 됩니다. 집중하중을 받거나 부재의 단면이 크게 변하고 전단변형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이런 경우인데 이와 같은 영역을 불규칙 영역, D-영역 (Discontinuity Reg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오일러-베르누이 보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보-영역 또는 B-영역 (Beam 또는 Bernoulli Region)과 구분하여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STM은 보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D-영역을 설계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2.2 STM 구성요소
STM은 철근콘크리트 부재의 거동을 트러스 형태로 이상화(Idealisation)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부재의 실제 응력분포를 우리의 직관으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지만 철근 콘크리트의 특성을 고려하여 힘의 흐름을 단순화 하여 트러스처럼 표현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부재의 거동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도 할 수 있게 됩니다.
STM은 세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압축력을 받는 압축재, 인장력을 받는 인장재 그리고 인장재와 압축재가 만나는 절점(Node)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철근 콘크리트에서 압축재(Strut), 인장재(Tie) 그리고 절점(Node)로 이루어진 트러스 모델을 STM이라고 합니다.
2.3 3가지 기본 원칙
STM을 이용해 부재 설계를 할 때 한가지 꼭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이 방법이 정확도가 아주 높은 하나의 정답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충분한 정확도를 가진 근사값을 찾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STM을 지나칠 정도로 세분화하여 필요이상의 정확도를 가진 정답을 찾는 노력은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부재거동을 힘의 흐름이 눈에 보이도록 시각화하여 필요한 만큼의 정확도를 가지는 하나의 해답을 찾으면 충분한 것입니다.
이렇게 한 상황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 이상의 해답이 가능하기에 자신이 설계한 STM이 적절한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세가지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적평형
첫번째 기준은 정적 평형 상태(Equilibrium)입니다. 어떤 강체가 힘을 받더라도 움직이지 않는 정적상태에 있을 때 우리는 이 강체가 정적 평형 상태에 있다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들어왔던 기본 개념이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모멘트의 합이 0이라고 생각하시면 STM설계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래에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에 보셨듯이 시스템 전체를 고려하든 한부분을 잘라내든 항상 힘과 모멘트의 합은 0이 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만약 디자인한 STM이 위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 조건이 만족되도록 모델을 수정하셔야 합니다.
응력-변형률 관계 (Material Law)
두번째 기준은 응력 변형률 관계입니다. 물체가 힘을 받았을 때 작용하는 응력과 변형률 사이의 관계를 정의한 것인데 익숙하신 철근과 콘크리트의 응력-변형률 곡선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림 5 – 콘크리트 응력-변형률 곡선 |
그림 6 – 철근 응력-변형률 곡선 |
STM 설계에서는 압축재(Strut)와 인장재(Tie)에 작용하는 내력이 각각 콘크리트의 압축강도와 철근의 항복응력을 넘지 않도록 하여 이 조건을 만족시킵니다.
적합성(Compatibility)
이번 글에서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처음 이 단어를 접하면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어나 독일어에서의 개념을 한자로 번역하면서 생기는 전형적인 문제인데요. 이 내용을 좀더 가깝게 이해하려면 범위를 줄여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STM을 설계했을 때 변형률과 변위의 관계, 그리고 경계조건이 적합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쉽게 이해하자면 제안된 STM에서 가정한 부재의 거동, 트러스의 형태가 실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STM을 설계는 철근콘크리트의 연성(ductility)을 전제로 한 소성이론(Plasticity Theory)에 기반하게 되는데, 만약 부재가 STM에서 제안한 트러스 형태로 거동하기 전에 연성이 부족하여 파괴된다면 그 STM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비선형해석(Non linear Analysis)을 하여 이 조건이 만족되는지를 증명할 수는 있겠지만 이경우 STM설계법은 그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설계한 STM의 적합성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이 조건을 효과적으로 만족하기 위해 탄성해석을 하여 균열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의 응력의 흐름을 알아내고 이를 기준으로 STM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재의 강도를 보수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성을 만족하도록 균열의 너비도 제한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위의 세가지 기준으로 같은 조건에서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 아래 두가지 STM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모델 모두 힘의 평형 조건을 만족하여 첫번째 기준을 충족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트러스 모델에서 압축력과 인장력을 구해 각 부재가 압축강도와 항복응력을 넘지 않도록 두번째 기준을 고려해줍니다. 여기까지는 두 모델이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기준인 적합성을 고려하면 두 모델의 평가가 달라집니다. 첫번째 모델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탄성거동에서의 응력의 흐름과 압축재와 인장재의 위치가 유사합니다. 두번째 모델은 이와는 다르게 압축재와 인장재의 위치가 응력분포와 상이함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기준인 적합성을 고려하였을 때 첫번째 모델은 „좋은모델“ 이고 두번째는 „나쁜모델“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두번째 모델은 현실적으로 철근 배근이 어렵고 사용시 요구되는 최대 균열폭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것이 쉽게 예상되기에 좋은 모델이라고 할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위에 언급한 세가지 기준을 설계할 때 고려하신다면 보다 양질의 STM설계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간단한 예를 통하여 STM과 주철근 배근과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그림은 모서리 접합부에 부모멘트가 작용할 경우 응력분포를 나타낸 것입니다. 응력 분포에 따라 STM을 디자인 하면 접합부 외측에 인장재를 따라 배근되는 주철근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대각선 방향으로 작용하는 압축재, 그에 평행한 방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콘크리트 균열을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대응하여 수직, 수평 방향으로 U형 스터럽을 보강해 줄 수 있습니다.
이제 라이히교의 지지대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왼쪽 모델은 소성이론으로 설계한 것이고 오른쪽은 탄성해석시 응력분포를 기반하여 디자인한 모델입니다.
우리는 왼쪽의 모델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과 설계강도 전에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설계에 사용된 모델과 실제 거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부에 집중하중이 작용하면 그 부위에 수평방향으로 인장력이 작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직방향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균열이 발전하여 설계강도가 발현되기전 모서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파괴가 일어나게 됩니다. 라이히교의 지지대 파괴가 이와 같은 형태입니다.
오른쪽 모델을 어떤가요? 먼저 탄성해석을 통해 수평방향 인장력이 설계에 고려되고 이에 대응하여 수평철근이 배근 됩니다. 이것은 수직방향 균열이 커지는 것을 막아주고 원하는 형태의 힘의 흐름이 최대강도 발현될 때 나타나게 되는 것을 도와 주게 됩니다. 이 모델을 기반으로 라이히교의 지지대 부분을 설계했다면 집중하중이 작용하는 부분을 무근 콘크리트로 계획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3. 결론
스트럿 타이 모델은 콘크리트 구조체의 D-영역을 설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구조체내의 힘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힘의 흐름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다면 이에 알맞은 철근 배근 형태도 설계에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황에 맞는 스트럿 타이 모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 상황에서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해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설계자의 이해도와 경험에 따라 모델의 신뢰도가 크게 차이 나게 됩니다. 특히, 잘못된 경우 사용하중 아래에서도 허용치를 초과하는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설계강도 이전에 붕괴할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 드린 내용들을 숙지하시고 많은 사례를 경험하신다면 충분한 신뢰도를 가진 적절한 모델을 설계하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위의 내용이 STM에 대한 이해와 실무 적용범위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1] Hans Reiffenstuhl. (1982). Collapse of the Viennese Reichsbrücke: causes and lessons
[2] Schlaich/Schärfer. (1998). Konstruieren im Stahlbetonbau, Betonkalender 1998 Teil. Ernst & Sohn
[3] Mattias Jennewein. (1989). Zum Bemessen des Stahlbetons mit Stabwerkmodellen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구조엔지니어김성용”이라는 채널을 통해 독일에서 경험한 구조설계 내용을 나누고 있는 김성용 입니다.
독일 아헨 공대 (RWTH-Aachen)에서 Diplom-Ingenieur 학위를 받았고, 독일 브라운슈바익 공대 (TU-Braunschweig) 철근 콘크리트 연구소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였습니다.
현재 건축과 토목 분야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구조설계 업무를 주로 하고 있으며 참여한 주요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KT Headquarter Est, Seoul, Southkorea, RC & SRC Structure
Parkapartments am Belvedere, Wien, Austria,
Prestressed concrete slab Lervig Brygge, Stavanger,
Norwegen, RC Structure Schleemer-Brücke, Hamburg, Germany,
Skew angle slab bridge in prestressed concrete
B211n, Brake, Germany, Prestressed concrete bridge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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